발인
BAL-IN
이준석
Junseok Lee
<發靷>, single-channel video, 38min, 2020
<發靷>은 고인을 묘지로 모시는 의식에서 드러나는 모순적인 상황을 풍자한다.
0과 1이라는 극도로 압축되어 표현되는 디지털의 기록은 기억의 종말을 야기했고,
삶의 모든 면이 기록되는 현대에서 개인의 존재는 사라졌다.
<Gangnam Abstract>, Painting on iPad, 594x594mm, 2019
아무 것도 없던 공간에 정부의 계획하에 격자 체계의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의 겉면에는 최고의 도시라는 타이틀의 화려함으로 치장되어 있다. 강남에는 무수히 많은 돌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고인돌과 마찬가지로 이곳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는 간판을 통해 드러난다. 간판은 주로 그들의 얼굴인 1층과 2층에 밀집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1층에 위치한 매장의 간판에 의해 1층의 얼굴이 결정되지만, 사람들이 매우 붐비는 위치의 건물은 수많은 간판이 얼굴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이전의 아날로그 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저장 용량을 갖게 되었다. 기록은 인간의 삶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발전했고, 그 데이터가 고스란히 개인 계정에 저장되고 있다. 사람이 사망한 후 개인 계정에 쌓아놓았던 데이터와, 뇌의 조직에서 시냅스의 경로를 복원하여 디지털화한 데이터를 병합하여 인공 뇌를 만들게 된다면 죽음 이후에도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저장 장치의 데이터는 고정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유기체가 된다.